안달루시아의 보석이라 불리는 스페인 세비야(Sevilla)는 예술과 역사, 미식이 어우러진 매혹적인 도시입니다. 세비야는 단순한 관광 도시를 넘어 도시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많은 곳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세비야 여행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줄 아름다운 건축물 감상과 도시의 야경을 즐기는 여행, 그리고 현지 음식 체험을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스페인 세비야의 감성 여행: 건축
스페인의 세비야(Sevilla)는 건축 애호가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이 도시는 무어인의 지배를 받았던 중세부터 르네상스, 바로크,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건축 양식이 공존하는 살아있는 건축 박물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뒤섞인 무데하르 양식을 만나볼 수 있으며 웅장한 고딕 성당과 화려한 궁전, 그리고 독창적인 현대 건축물까지 모두 도시 곳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세비야 대성당(Catedral de Sevilla)은 단연 세비야 건축 여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1401년에 건축을 시작하여 무려 100년 가까이 공사 끝에 완성된 이 고딕 양식의 대성당입니다.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과 런던의 세인트 폴 대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성당이며 고딕 건축물 중에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대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높이 솟은 아치형 천장과 정교하게 조각된 금박 제단(Altar Mayor), 스테인드글라스 창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곳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묘소입니다. 전 세계를 탐험하며 신대륙을 발견한 인물로 알려진 콜럼버스의 묘소가 이곳에 있으며 4명의 왕국 대표들이 관을 들고 있는 형태로 조각된 무덤은 매우 상징적이고 웅장한 조형미를 자랑합니다. 성당 옆에 위치한 히랄다 탑(La Giralda)은 원래 이슬람 시대의 미나레트(기도탑)로 지어진 건축물입니다. 1198년에 완공된 이 탑은 당시 북아프리카 무어 건축의 대표적인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기독교 시대 이후에도 그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종탑으로 활용되었습니다. 탑 내부에는 계단 대신 경사로가 있어 마차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현재는 여행자들이 경사로를 따라 걸어서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세비야 시내의 붉은 지붕과 성당, 과달키비르 강까지 탁 트인 전망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Plaza de España)은 1929년 열린 라틴 아메리카 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대형 건축물로 건축가 아니발 곤살레스(Aníbal González)의 대표작입니다. 반원형 구조의 궁전 형태 건물은 스페인의 모든 주(Province)를 상징하는 타일 벤치로 장식되어 있으며 가운데에는 아름다운 분수와 보트를 탈 수 있는 인공 수로가 조성되어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광장은 스페인의 역사를 예술로 표현한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각 지역의 역사적 순간이 타일로 표현되어 있어 벤치 하나하나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스페인의 전역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야경 감상
세비야는 낮 동안에도 화려하고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한 멋진 도시이지만 해가 지고 난 뒤 더 큰 매력을 드러내는 도시입니다. 밤이 되면 조명을 통해 건축물들의 또 다른 아름다움이 드러나며 음악이 흐르는 골목과 강물에 비치는 불빛이 어우러진 풍경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 됩니다. 그래서 야경 감상은 세비야 여행의 필수 코스로 추천합니다. 세비야의 구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메트로폴 파라솔은 세계 최대 목재 구조물로 그 형태가 거대한 버섯을 닮아 세타스 데 세비야(Setas de Sevilla, 세비야의 버섯)라는 애칭으로 불립니다. 낮에도 인상적인 이 건축물은 해가 진 뒤 도시의 불빛이 퍼지면서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전망대에 오르면 구시가지의 붉은 지붕들과 세비야 대성당, 히랄다 탑, 알카사르 정원까지 탁 트인 전경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야경 관람은 해질 무렵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해가 늦게 지기 때문에 저녁 8시 이후 방문하면 오렌지빛 석양과 함께 조명이 켜지는 순간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전망대 아래에 있는 루프탑 바에서는 음료 한 잔과 함께 야경을 즐길 수 있어 데이트 장소로도 좋습니다. 세비야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과달키비르 강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밤이 되면 현지인들과 여행자들로 붐비는 곳입니다. 조명이 비추는 물결과 함께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토레 델 오로(Torre del Oro)는 세비야의 대표 야경 명소 중 하나로 13세기 알모하드 왕조가 건축한 12면체 탑입니다. 황금빛 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이 탑은 과거 금은보화의 저장고로 사용되었던 곳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야경 유람선 투어도 가능한데 약 1시간 동안 강을 따라 세비야의 주요 건축물들을 물 위에서 조망할 수 있습니다. 특히 히랄다 탑과 대성당이 멀리 배경으로 비칠 때의 풍경이 멋집니다. 세비야의 옛 유대인 지구였던 산타크루스 지구는 낮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이지만, 밤이 되면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변모합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이어지는 벽화, 석조 바닥, 아라베스크 패턴의 타일 장식들이 조명 아래에서 그 매력을 더욱 뽐냅니다.
조금 더 현대적이고 활기찬 야경을 원한다면, 알라메다 데 에르쿨레스(Alameda de Hércules) 지역이 제격입니다. 이곳은 현지 젊은이들과 예술가들이 모이는 문화 중심지로 광장을 중심으로 수많은 레스토랑, 바, 카페, 공연장이 즐비하며 주말에는 야외 콘서트나 즉흥 거리 공연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이곳의 야경은 정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사람들의 활기와 분위기로 채워지는 독특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현지 음식
세비야 현지의 음식 문화는 지역색이 강하고 다양합니다. 여행 중 현지의 음식을 맛본다는 것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삶을 직접 체험하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세비야의 기후와 지리적 조건 덕분에 지중해 풍미를 느끼는 동시에 아랍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요리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세비야 현지 음식 문화의 핵심은 단연 타파스입니다. 타파스는 작은 접시에 나오는 요리로 여러 가지 요리를 조금씩 즐기면서 술과 대화를 함께 나누는 방식의 음식문화입니다. 여행자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문화로 세비야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다양한 음식을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는 좋은 경험입니다.
세비야의 타파스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는 살모레호(Salmorejo)가 있습니다. 이것은 차게 먹는 토마토 퓨레 수프로, 빵, 마늘, 올리브유, 식초가 들어가 진한 맛을 자랑하며 위에 하몽(이베리코 햄)과 삶은 달걀을 곁들여 먹습니다. 더운 날씨에 제격인 상큼한 요리로 여름철에 특히 사랑받습니다. 에스피나카스 콘 가르반소(Espinacas con Garbanzos)는 시금치와 병아리콩을 함께 볶은 전통 요리로 무어인(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안달루시아 지역 특유의 조리 방식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향신료가 은은하게 배어 있는 맛으로 채식주의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세비야는 육류 요리도 풍부합니다. 특히 돼지고기와 양고기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요리들이 많으며 육즙이 풍부하고 향신료가 잘 어우러진 조리 방식이 특징적입니다. 카라코레스(Caracoles)는 달팽이를 허브와 매콤한 육수에 끓여낸 이색적인 요리입입니다. 봄철에서 여름 초까지가 제철이며 세비야의 노천 바에서는 유리그릇에 가득 담긴 카라코레스를 앞에 두고 맥주 한 잔을 곁들이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접하는 여행자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일상적인 요리입니다.
레초(Leco)라 불리는 양고기 요리나 코시도 안달루스(Cocido Andaluz)는 안달루시아식 스튜로서 돼지고기, 병아리콩, 감자, 채소가 듬뿍 들어가 깊은 맛을 자랑합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따뜻한 국물 요리로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메뉴로 추천하니 세비야를 여행한다면 한 번쯤 맛보며 현지음식의 특색과 문화를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