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서부 레만호수(Lac Léman) 기슭에 자리한 도시 몽트뢰(Montreux)는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재즈 페스티벌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그림 같은 자연경관과 중세 고성의 위엄, 그리고 음악이 흐르는 도시 분위기는 몽트뢰만의 독특한 색깔을 완성합니다. 이 글에서는 몽트뢰를 사랑했던 인물들과 관련 명소, 재즈 페스티벌, 그리고 대표적인 명소인 레만호수를 소개하며 스위스의 숨은 보석과도 같은 도시 몽트뢰 여행의 진가를 소개합니다.
숨은 보석 몽트뢰의 사랑과 명소
스위스 레만호수 기슭에 자리한 몽트뢰는 뛰어난 자연경관과 예술적 분위기로 인해 오랫동안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유명 인사들의 사랑을 받아온 도시입니다. 조용하고 낭만적인 분위기와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이곳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안식을 제공해 주고 있어 몽트뢰를 사랑했던 세계적인 인물들과 관련 있는 명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퀸(Queen)의 보컬이자 전설적인 록스타인 프레디 머큐리는 생애 마지막 시기를 몽트뢰에서 보냈습니다. 그는 몽트뢰의 평화롭고 고요한 분위기를 사랑했으며 이곳에서 퀸의 마지막 앨범 Made in Heaven의 대부분을 녹음했습니다. 특히 레만호수를 바라보며 창작에 몰입했던 그의 모습은 몽트뢰 시민들 사이에서도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프레디 머큐리를 기리는 대표적인 장소는 바로 레만호수 산책로에 세워진 ‘프레디 머큐리 동상’입니다. 1996년 제막된 이 동상은 팔을 높이 들어 올린 프레디의 상징적인 자세를 그대로 담고 있으며 매년 수많은 팬들이 헌화와 사진 촬영을 위해 이곳을 찾습니다. 이 지역은 퀸 팬들에게 성지순례와도 같은 의미를 가지며 몽트뢰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몽트뢰 카지노 내부에 위치한 ‘Queen – The Studio Experience’ 전시관은 퀸이 녹음을 진행했던 마운틴 스튜디오(Mountain Studios)를 그대로 복원해 놓은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실제 녹음 장비, 무대 의상, 미공개 사진 등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흔적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19세기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 또한 몽트뢰의 자연 풍경에 반해 자주 이곳을 찾았습니다. 그는 몽트뢰 북쪽 고지대에 위치한 빌라에서 몇 주간 체류하며 집필 활동을 했는데 특히 이 지역의 평온함이 글쓰기 환경에 적합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몽트뢰에 머무는 동안 디킨스는 스위스 사회와 자연에 대한 단상을 짧은 에세이 형태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가 묵었던 별장은 현재 개인 소유지로 일반 공개되지는 않지만 근처 지역에서는 여전히 디킨스가 사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고지대는 레만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으로 유명하며 맑은 날에는 프랑스 알프스까지 조망이 가능해 수많은 화가들과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롤리타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러시아 출신의 문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1961년부터 1977년까지 무려 16년간 몽트뢰 팰리스 호텔(Montreux Palace Hotel)에 거주했습니다. 그는 호텔의 상층부에 자리한 스위트룸에서 집필을 이어갔으며 “몽트뢰는 내가 만난 유럽의 도시 중 가장 조용하고 품격 있는 곳”이라며 극찬한 바 있습니다. 현재 몽트뢰 팰리스 호텔에는 나보코프가 머물던 방이 보존되어 있으며 일부 특별 투어 프로그램에서는 해당 공간을 방문할 수도 있습니다. 호텔 내부에는 나보코프의 흉상과 그를 기념하는 작은 전시 코너도 마련되어 있어 문학 팬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장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나보코프는 특히 몽트뢰의 산책로와 정원을 좋아했으며 호텔 앞을 따라 이어지는 플로랄 산책로는 그가 자주 산책하던 길로 유명합니다. 이 지역은 지금도 나보코프의 산책길로 불리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문학적 감성을 되새겨볼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록의 아이콘 데이빗 보위(David Bowie)는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의 팬이었으며, 몇 차례 비공식 방문을 통해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밴드 AC/DC도 몽트뢰 스튜디오에서 음반 작업을 했던 적이 있으며 도시 내에서 그들의 흔적을 찾는 팬들도 있습니다. 화가 피카소는 직접 몽트뢰에 거주한 적은 없지만 이 지역을 자주 방문하며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지며 현재 몽트뢰 지역 미술관들에서는 피카소에서 영향을 받은 지역 화가들의 작품을 자주 전시하고 있습니다.
재즈 페스티벌
몽트뢰를 세계적인 음악 도시로 만든 것은 단연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Montreux Jazz Festival)입니다. 1967년에 클로드 노브스(Claude Nobs)가 설립한 이 축제는 처음엔 재즈 중심의 소규모 음악회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록, 블루스, 팝, 전자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포용하며 규모와 영향력을 키워왔습니다. 현재는 매년 7월 초 2주간 개최되며 세계 각지에서 수십만 명의 음악 애호가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아티스트와 관객의 거리를 최소화한 친밀한 공연입니다. 공연장인 몽트뢰 뮤직 & 컨벤션 센터는 호수를 배경으로 한 특별한 분위기를 제공하며 뮤지션과 팬이 마주 보며 진짜 음악을 공유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선사합니다. 과거에는 마일스 데이비스, 엘라 피츠제럴드, 데이빗 보위, 퀸, 에릭 클랩튼, 프린스 등 전설적인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섰으며 최근에는 켄드릭 라마, 존 바티스트 같은 현대 뮤지션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은 단지 음악만을 위한 행사가 아닙니다. 도시 전체가 페스티벌 무대로 변신하며 거리 곳곳에서 버스킹, 아트 퍼포먼스, 푸드 마켓이 함께 어우러져 음악의 도시로 탈바꿈합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이 열린 분위기는 몽트뢰 특유의 환대 문화를 반영하며 음악과 예술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축제 기간 동안 방문하면 세계적 뮤지션들의 공연은 물론이고 지역 와인과 요리를 곁들인 디너 콘서트, 어린이용 음악 워크숍 등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몽트뢰의 밤은 재즈 페스티벌 덕분에 음악과 낭만이 가득한 시간으로 변모합니다.
레만호수
몽트뢰를 대표하는 풍경은 단연 레만호수와 시옹성(Château de Chillon)입니다. 레만호수는 스위스와 프랑스를 잇는 호수로 그 길이만 해도 약 73km에 달하며 알프스의 눈이 녹아 흐르는 물줄기 덕분에 유난히 푸르고 맑은 수면을 자랑합니다. 이 호수의 가장 빼어난 뷰포인트가 바로 몽트뢰이며 해가 질 무렵 호수 위로 드리워지는 노을은 많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호숫가 산책로는 잘 정비되어 있어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즐기기에 좋고 중간중간 놓인 조형물과 꽃길이 몽트뢰의 낭만을 더합니다. 특히 프레디 머큐리 동상이 있는 광장은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포토 스팟 중 하나입니다. 음악과 함께 걷는 듯한 이 거리에는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옮깁니다. 그리고 레만호수의 남동쪽 끝자락에는 중세 성채인 시옹성이 위엄 있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성은 11세기부터 중요한 군사·정치 요충지로 사용되어 왔으며 고딕양식의 건축물과 수로 위에 떠 있는 듯한 외관으로 유명합니다. 시옹성은 영국 시인 바이런의 시 「시옹성의 죄수」로 더욱 유명해졌으며 현재는 박물관으로 활용되어 내부의 고문실, 탑, 회랑, 예배당 등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시옹성은 자연과 역사, 문학이 만나는 지점으로 몽트뢰 여행의 필수코스로 꼽힙니다. 특히 성에서 바라보는 레만호의 전망은 평생 기억에 남을 장면을 선사하며 조용한 호숫가에서의 사색은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진정한 여유를 느끼게 해 줍니다. 유람선을 타고 시옹성 앞을 지나는 투어도 매우 인기가 높아 호수 위에서 시옹성을 조망하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몽트뢰는 시간과 문화,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입니다. 예술가들이 사랑한 흔적이 살아 있는 거리와 음악으로 가득한 재즈 축제, 그리고 자연의 품 안에 안긴 호수와 중세 고성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몽트뢰를 스위스의 숨은 보석이라 부를 수 있게 만듭니다. 특별하고 평온한 유럽 여행지를 찾고 있는 여행객에게 몽트뢰는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